
만들어진 절망
- 차동엽의 뿌리깊은 희망에서
나는 광고지를 읽지 않는다
그것을 읽으면 종일 부족한 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원하게 될 테니까!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다
그가 간파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상업주의의 속임수다

사실 사람은 유혹에 넘어갈 준비가 돼있다
프랑스 사상가 루소는 이를 이렇게 풍자적으로 꼬아 말했다
20대는 연인에 움직이고
30대는 쾌락에 움직이고
40대는 야망에 움직이고
50대는 탐욕에 움직인다
이러한 성향을 겨냥하여
현대 상업주의는 우리 안의 과잉욕망을 부추긴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인터넷 거리의 광고판
문자 메시지 등
하루에도 수천수만 가지 방식을 동원하여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지 않아요
당신은 충분히 누리고 있지 못해요
당신은 충분히 갖고 있지 않아요
때문에 행복해지려면 아직 멀었지요
이러한 메시지가 내면에 잠자고 있던 욕망을 충동한다
그러기에 예컨대 텔레비전에서 궁전 아파트 선전만 나오면
갑자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초가집처럼 보이는 것이다
가짜 절망의 구렁에 빠지는 것이다.

일찍이 장자는
사람의 마음이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지 꿰뚫어 간파하였다
질그릇을 내기로 걸고 활을 쏘면 잘 쏠 수 있지만
허리띠의 은고리를 내기로 걸고 활을 쏘면 마음이 흔들리고
황금을 걸고 활을 쏘면 눈앞이 가물가물하게 되느니라
그 재주는 마찬가지인데 연연해 하는 바가 생기게 되면
외물(外物)을 중히 여기게 되니
외물을 중히 여기는 자는 속마음이 졸렬해지는 짓이니라

외물의 노예가 될 때 마음이 흔들리고
급기야 눈앞이 가물가물 거리게 된다
결국 있는 재주도 소용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보다 고약한 유혹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러한 현상을 빗대어 꼬집는 신조어가 바로
어플루엔자 (Affluenza)라는 단어다
이 말은 풍요로움을 뜻하는 어플루언트 (affluent)와
유행성 독감을 뜻하는 인플루엔자 (influenza)의 합성어로서
풍요의 욕망을 전염시키는 독감으로 번역될 수 있다
곧 소비지상주의가 탐욕병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과중한 업무와 빚
근심과 걱정을 떠안게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만들어진 절망인 것이다

이렇게 탐욕병에 걸리면 약이 없다
때로는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북미에서 유적을 탐사하던 탐험대가 오지에서
광부가 기거했던 것으로 보이는 오두막 한 채를 발견했다
놀라운 것은 그 안에서 두 개의 해골과
수많은 금이 나왔다는 것이다
왜 두 광부는 금을 모아놓고 죽었을까
한 탐험대원이 이렇게 해석했다
이들은 금을 캐는 기쁨에 젖어
북쪽의 겨울은 일찍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적당량의 금을 갖고 속히 이곳을 떠나야 했어요
엄청난 눈보라와 맹추위를 맞았을 땐 이미 식량도 땔감도
바닥난 상태였을 겁니다
물론 금은 아무 도움도 될 수 없었음이 당연했고요
과잉탐욕이 부른 비극이다.
우리는 어떻게 현대 상업주의가 초래한
만들어진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 길은 일상적 혁명에 있다
곧 강요된 소비 패턴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작은 혁명을 일으켜 보라는 것이다

한번 가득 찬 냉장고에 만족하지 말고 깨끗이 비워 보라
텔레비전의 현혹으로부터 유혹당하지 말고 전원을 꺼라
자동차를 즐기지 말고 걷기를 생활화해라
궁전 아파트에 살기만 꿈꾸지 말고
대자연이 가득한 농촌의 삶을 시도해 보라
이러한 모든 장치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이룬 사람은
지금 현재 행복하다
만들어진 절망으로부터 해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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