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가요
- (중앙일보 분수대 - 유광종 논설위원)
보통 대중가요의 백미는1절에 실린다
제목에 걸맞은 내용은 모두 앞에 실리지
2절에 뒤늦게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노래는 특이하다
6·25의 전쟁통에 만들어진 노래 전선야곡 말이다
(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 신세영 노래 1951년)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도 차가운데…
이렇게 시작하는 1절의 결론은
어머니가 들려주신 장부의 길이
단잠을 못 이루는 병사의 귓전에 맴돈다는 내용
북한의 남침에 결연히 맞서자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다음 2절이 노래의 백미다
들려오는 총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길 속에 달려간 내 고향 내 집에는
정안수 떠놓고서 이 아들의 공 비는
어머님의 흰머리가 눈부시어 울었소
아~
쓸어 안고 싶었소
3절
방아쇠를 잡은 손에 쌓이는 눈물
손등으로 씻으며 적진을 노려보니
총소리 멎어버린 고지 위에 꽂히여
마음대로 나부끼는 태극기는 찬란해
아~
다시 한번 보았소
적막한 전선의 밤을 지켰던
이 나라 나이든 사내들이 한 번씩은 불러 봤던 노래다
1절이 주는 비장감이 잦아든 뒤
다음 절에서 아들의 공을 비는 어머님의 흰머리를
나지막이 부르다가는
그만 울음을 뱉고 말았던 기억들이있다
밤중에 보초를 서는 병사들이 꼭 불렀다는
이 노래를 두고 혹자는 불멸의 보초 노래라는 애칭을 붙였다
대중가요의 가사지만
그 내용과 표현이 한 폭의 그림이자 시(詩)에 가깝다
전쟁의 참화가 불러온 가족과의 이별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전쟁통의 불안감과
그에 맞춰 커져 가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눈보라가 휘날리는바람 찬 흥남부두에 로 시작하는
굳세어라 금순아
북한군에 끌려간 남편을 그리며 부른
단장의 미아리 고개
죽은 전우를 뒤에 두고 진군하는 병사의 노래
전우야 잘 자라 등이 전쟁 당시를 풍미했던 노래들이다
세월 따라 흘러간 노래들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많이 잊혀진 가요들이다
그를 이겨 내기 위해 품었던 꿈과 희망
가족과 사회 구성원의
끈끈한 연대감마저 잊혀지는게 아닌가 싶다
오늘은 6·25 전쟁 발발 59주년
밥상 위에 소주잔을 올려 놓고
나지막이 이 노래들을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던
아버지와 삼촌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 정한(情恨)에 담긴 아픔이 곧 내 아픔
우리 민족의 아픔이다
세월을 좇아 사라지는 노래들이지만
그 속에 담긴 전쟁의 고통은 잊지 말아야겠다
전선야곡 - 신세영
전선야곡 - 은방울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