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전 영국판 사랑과 전쟁
'이혼, 참수형, 사망, 이혼, 참수형, 생존.'
영국 학생들은 헨리 8세(1491~1547)의 여섯 부인들을 이런 공식으로 외운다
이혼을 위해 로마 가톨릭과의 결별도 불사한 절대 군주 헨리 8세는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왕이다
역대 왕 중에 최고의 카리스마를 뽐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여성 편력에는 사랑과 배신, 불륜과 죽음, 정치적 음모와 갈등,
종교와 외교분쟁이라는 흥미진진한 서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 부인 중에 가장 유명한 일화는
세기의 스캔들인 두 번째 부인 앤 불린을 둘러싼 것이지만
네 번째 부인 클레비스 앤과의 이야기도 귀가 솔깃하다
헨리 8세는 독일과의 동맹을 위해 독일 공주를 맞이하려고 하지만
막상 미래 신붓감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그래서 궁정 화가였던 한스 홀바인을 급파해 초상화를 그려오라고 시킨다
왕은 초상화를 보고 흡족해했다
그런데 실물을 본 그는 크게 좌절한다
그러고는 "말대가리같이 생겼다"는 험담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결혼은 6개월 만에 파탄이 나고
공주가 데리고 왔던 하녀인 캐서린 하워드가 왕의 다섯 번째 부인이 된다
↑ 헨리 8세, 젤라틴 실버프린트, 1999,
ⓒ스기모토 히로시
헨리 8세는 세기의 사나이답게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그런데 "말대가리같이 생겼다"는
네 번째 부인의 얼굴이 어쩐지 이상하다
생각보다 미인에 가깝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우선 초상 화가 홀바인이 실물보다 예쁘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회화를 찍은 사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입체 형상의 흔적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16세기에는 사진이 발명되지 않아
헨리 8세나 부인들이 피사체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홀바인의 회화를 촬영했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어떻게 된 것일까
알고 보니 이 사진은 밀랍 인형들을 촬영한 것이다
밀랍 인형은 영국 런던 관광지인 마담 투소 박물관에 있다
19세기 마담 투소는 홀바인의 회화를 보고
복제 전문가를 동원해 헨리 8세와 여섯 명의 부인을
살아 숨쉬는 밀랍 인형으로 재현했다
이제서야 사진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풀리는 것 같다
즉 홀바인의 회화를 복제한 밀랍 인형을 스기모토가 다시 재현한 것이다
결국 클레비스 앤이라는
실물→회화→회화를 기반으로 한 조각 복제→사진이라는
몇 단계의 재현을 거친 셈이다
스기모토 히로시
극장시리즈는 이와 연장선에서 빛과 시간 공간에 대한 느낌을 전달해 준다
빛과 어둠사이에서 실제로 보여질 수 없는 시간
노출된 시간이라는 컨셉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스기모토는 한 장의 사진에 어떻게 하면 한 편의 영화를 담을수 있을까 고심한다 그래서 영화 상영 내내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와 셔터를 열어둔다
그 결과 빠르게 돌아가던 영화의 움직임은 사라지고 백색의 빈 공간만 남는다
순간의 미학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을 담아낸 것이다
시간이 빛이라는 물질로 환원되자
드디어 감춰져 있던 극장 구조와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오는 반전이 시작된다
오로지 수평선만이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가르고
시간의 흐름이나 특정한 장소의 특징이 사라진 불멸의 풍경만이
생명의 기원으로서의 바다를 관람객에게 바라보게 한다
기원에 대한 사진적 탐구는 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그의 다양한 대표작 속에서도 확인할수 있다
바다풍경(Seascapes) (1980~)은
그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마주한 바다의 풍경이자 태고의 풍경이다
잊혀져버린 기억의 근원으로서의 바다의 풍경은
다시 우주의 기본 5원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본의 전통탑의 형태로 만든
5원소(Five Elements) 안에서 내면의 풍경으로 침투한다
각각의 바다는 물질만능과 화려한 외양의 모습에 압도당해 버린
현대인의 삶 속에서 마지막 남아있는 성소이자
안식의 장소로서의 바다를 담아낸 것이다
색도 시간도 사라져버린 압도적인 추상의 풍경 속에서 끌어온
그의 사진이 위치하는 곳이다
천일의 앤
Anne Boleyn and Henry VIII - A Historic Love
앤볼린과 헨리8세의 운명적 사랑
매일경제 & mk.co.kr,
문화부 이향휘 기자 글에서 기사발췌
기타 인터넷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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